허정찬 기자
김병기 원내대표의 전격 사퇴로 사령탑이 비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11일 후임 선출을 예고하며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비위 의혹에 휩싸인 당 인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도 병행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내달 11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이미 예정된 최고위원 보궐선거(3명 선출)가 함께 치러지는 날로, 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개편이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진선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즉각 구성했다. 이번 선거 역시 지난 6월 도입된 당헌에 따라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된다. 권리당원 투표는 1월 9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며,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김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새 원내대표 선출 전까지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다.
김 전 원내대표 사퇴의 도화선이 된 ‘공천 거래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의 징계 절차도 시작됐다. 정청래 대표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강선우 의원과 김경 시의원에 대해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당 윤리감찰단에 지시했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사퇴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감찰 여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당내 핵심 인사를 향한 직접적인 감찰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엄정 조치로 도덕성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내 권력 지형이 정청래 대표 중심으로 급격히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김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며 정 대표의 ‘강공 모드’를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의 공백이 정 대표 주도의 ‘입법 독주’나 ‘개혁 드라이브’를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원내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는 당 운영이 지도부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친청(친정청래)계와 이에 견제구를 던지는 세력 간의 대결 구도가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내달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대여(對與) 투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원내사령탑 부재 기간 문진석 대행 체제하에서 기존의 강경 입법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포스트 김병기’ 자리를 놓고 벌어질 당내 경쟁이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선명성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