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공천헌금 수수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결정했다. 김 의원이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당 지도부의 징계 확정 절차는 잠정 보류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김병기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
징계 시효 논란 속 ‘사안의 중대성’ 판단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시효 완성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명 처분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규상 '징계 사유 발생 후 3년 도과 시 징계 불가' 원칙에 따라 2020년 공천헌금 의혹 등이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심판원은 이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한 원장은 "징계 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양정에 참고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시효가 남은 쿠팡·대한항공 관련 의혹 등만으로도 충분히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한 달만 기다려달라” 재심 청구 예고
김 의원은 징계 의결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느냐,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당초 내일(14일) 최고위원회 보고와 모레(15일) 의원총회 표결을 통해 징계를 확정 지으려던 당 지도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재심 신청 시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대표 ‘비상징계권’ 발동 가능성 주목
당 지도부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태가 민심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속전속결로 사안을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재심 신청으로 시간을 끌 경우, 정청래 대표가 '비상징계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규에 따르면 중대하고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최고위원회 의결만으로 즉시 징계 처분이 가능하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비상징계로 바로 징계를 끝내는 방법도 열려 있다"며 김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지방선거 국면 전환을 위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린 민주당 지도부가 김 의원의 저항에 맞서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