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인천 강화군의 한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장이 여성 입소자들을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학대해왔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피해자가 최소 1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과거 국민적 공분을 샀던 ‘도가니(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넘어서는 국내 최다 피해 장애인 성범죄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와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 결과 당시 시설에 거주하던 여성 장애인 17명 전원과 퇴소자 2명 등 총 19명이 시설장 A씨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중증 발달장애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입소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특정 신체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등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피해 상황을 재연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A씨가 흉기를 들이대며 “부모에게 말해도 너를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주로 30~60대 여성으로, 이 중 13명은 연고자가 없는 상태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6년 이상 시설에 머물며 A씨를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전적으로 의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초기 수사 당시 장애인들의 진술 확보가 어려워 난항을 겪었으나, ‘도가니 사건’과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을 조사했던 전문 연구팀이 투입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방, 소파, 2층 카페 등 시설 곳곳을 범행 장소로 지목했다. 한 50대 장애인은 동료 입소자 14명의 얼굴에 동그라미를 치며 이들이 모두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인 강화군이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 보호”를 이유로 심층조사 보고서를 전면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피해 당사자의 정보공개 청구마저 거부하는 것은 권리 구제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대위는 현재 남성 거주인들이 시설에 남아 있는 만큼 즉각적인 시설 폐쇄와 남성 입소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현재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 해당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으며, 이번 심층조사 보고서를 핵심 증거 자료로 활용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정황이 추가로 확인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인권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낸 만큼,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