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보다 현저히 높은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부 차원의 위탁 생산을 통한 ‘무상 공급’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의 현금성 바우처 지원 방식이 오히려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바가지’로 변질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2회 국무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40%가량 비싼 게 사실인가 본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내세우는 ‘제품 고급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적인 품질을 잘 갖춘 것을 써야지, 지금은 너무 부담이 크다”며 “고급이라는 이유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그만하고 가격 낮은 표준 생리대도 살 기회를 줘야 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예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시행 중인 취약계층 생리대 지원 사업의 한계도 짚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속된 말로 바가지를 씌우는 데 돈만 주는 꼴”이라며 “아주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서 무상 공급하는 것을 연구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부터 이어온 이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과거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이후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으며, 대선 당시 이를 전국적인 무상 공급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지난달 성평등부 및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 같다”며 조사를 요청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실제로 여성환경연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평균 가격은 해외 11개국 대비 약 39.55%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상위 3개 업체가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이들 상위 3개 업체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업체 간 담합이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가격 인상 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저 품질을 보장하는 표준 생리대의 제작 단가와 효율적인 무상 공급 방식에 대해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