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법원이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를 국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 한 ‘내란’으로 규정하고, 이에 가담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첫 법적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1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8년이나 가중된 중형이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12·3 비상계엄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친위쿠데타”이자 “위로부터의 내란”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점거한 것은 헌법상 의회 정당 제도와 영장주의를 소멸시키려 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라며 내란죄 성립을 인정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내란의 '방조자'가 아닌 '중요임무 종사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내란을 막아야 할 헌법적 책임이 있음에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담을 선택했다”며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외관을 갖추게 함으로써 내란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통령실 CCTV 등을 근거로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의지가 확고함을 확인한 뒤 오히려 국무회의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 소집을 재촉했고,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끄덕여 심의를 마쳤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계엄 사태 이후의 행적도 양형에 악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사후에 계엄 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한 뒤 폐기하도록 지시하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당했던 어두운 과거로 회귀할 뻔했다”며 “계엄이 단시간에 종료된 것은 맨몸으로 맞선 국민의 용기 덕분이지 가담자들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고령이고 우울증 등을 앓고 있으나, 범행의 심각성과 반성 없는 태도를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재판부의 법정구속 결정에 “결정에 겸허히 따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인물들의 내란 혐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