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코스피(KOSPI)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 이후 70년, 1980년 지수 산출 시작 이후 46년 만에 도달한 수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13포인트(1.57%) 오른 4987.06으로 출발해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1분께 5001.97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중 5019.54까지 오름폭을 확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상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과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책, 그리고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16만 원을 돌파하며 '16만전자' 시대를 열었고, SK하이닉스 역시 4%대 급등하며 신고가 부근인 78만 원선에 진입했다. 현대차(5.83%)와 기아(1.5%) 등 자동차주와 LG에너지솔루션(0.83%)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무력 사용 배제 의사를 밝힌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미 증시가 일제히 급등하며 국내 시장에도 강한 외국인·기관 매수세가 유입됐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주요 동력이 됐다. 현 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의무 소각 등 고강도 주주 친화 정책을 시행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과거 자금 조달 중심의 ‘공급 우위’ 시장에서 주주 환원을 위한 ‘공급 축소형’ 시장으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지수의 상승 속도는 역대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코스피가 2000에서 3000선에 도달하는 데 13년 5개월이 걸린 반면, 지난해 10월 4000선을 돌파한 이후 5000선까지는 단 3개월이 소요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펀더멘털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5% 증가한 46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 증시에 대해 “밸류업이 뒷받침하는 실적 장세”라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37% 급등한 964.31을 기록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내린 1467.0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