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응해 내놓은 새로운 ‘글로벌 관세’가 현지시간 24일 공식 발효됐다. 대법원 판결로 기존 관세 체계가 무너진 지 불과 나흘 만에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제 무역 질서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50일간 ‘10% 보편 관세’… 15% 인상 예고
미 행정부에 따르면 이번 글로벌 관세는 미 동부시간 기준 24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예외 품목을 제외한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일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은 심각한 무역적자 발생 시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15% 내외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선포한 10% 세율을 조만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와 산업 공급망을 고려해 특정 핵심광물, 에너지 제품, 비료, 의약품 원료, 승용차 및 부품, 항공우주 제품 등 일부 품목은 제외됐다.
대법원 판결 정면 돌파… “합의 파기 시 보복” 경고
이번 사태는 대법원이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했던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에 대해 “대통령에게 부여되지 않은 권한”이라며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라는 새로운 법적 근거를 찾아내 관세 징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SNS를 통해 “대법원 결정을 빌미로 기존 무역 합의를 번복하려는 나라들은 훨씬 높은 관세와 보복 조치를 마주할 것”이라며 한국 등 주요 파트너국의 이탈 방지에 주력했다.
요동치는 세계 경제… EU·인도 비준 보류 및 중단
글로벌 시장의 반발은 거세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합의했던 무역 협정 비준 절차를 전면 보류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장은 “미국이 합의를 지킬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안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인도 역시 이번 주 예정됐던 무역 협정 최종 회담을 연기하는 등 통상 마찰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IEEPA 근거로 징수된 관세를 이자를 포함해 환급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물류 공룡 **페덱스(FedEx)**는 미 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은 ‘손해’, 중국·브라질은 ‘반사이익’ 전망
한편, 이번 15% 단일 관세 체제가 도입될 경우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위스 무역 연구기관 세계무역경보(GTA)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 상호관세 체제에서 높은 세율을 적용받던 중국과 브라질은 오히려 평균 관세율이 각각 7.1%p, 13.6%p 하락하는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은 기존 품목별 관세에 글로벌 관세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관세 부담이 다소 상승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