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정부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에게 무상으로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취약계층에 한정됐던 지원 범위를 보편적 복지 차원으로 확대한 첫 사례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0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리용품 지원 확대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의 높은 가격 문제를 지적하며 무상 공급 방안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공 생리대 드림’ 시범사업… 전국 공공시설에 자판기 비치
성평등부는 올해 7월부터 기초자치단체 10여 곳을 선정해 가칭 ‘공공 생리대 드림’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국비 약 30억 원을 투입해 정부가 생리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지자체는 이를 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보건소 등 공공시설 내 무료 자판기에 비치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은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으로 소득 기준을 폐지했다. 다만 9~24세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 4,000원 상당의 이용권(바우처)을 지급하는 기존 사업은 현행대로 유지해 지원의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성평등부는 올해 12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성과 분석을 거쳐 내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망 촘촘히… 디지털 삭제 지원
이날 정부는 여성 안전 강화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온라인 스토킹으로 인해 유포된 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에 대해 중앙과 지방정부가 삭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피해자를 대상으로 2개월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지침을 마련한다.
특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교제폭력 피해자를 ‘스토킹방지법’상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교제폭력 피해자들도 보다 체계적인 국가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여성 경력단절 예방 위해 ‘리보딩’ 프로그램 도입
여성 고용 정책은 단순 재취업 지원에서 경력 유지와 예방 중심으로 전환된다. 청년 여성에게는 초기 경력 설계를, 30~40대에게는 경력이음 사례 관리를, 50대 이상에게는 지역사회 일자리 연계를 지원하는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시행한다.
특히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는 여성들의 적응을 돕는 ‘리보딩(Re-boarding)’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의 직업훈련도 확대한다. 가족친화인증기업에는 세무조사 유예와 근로감독 면제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원 장관은 “정부 최초의 공공 생리대 사업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제품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안전한 환경 속에서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