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이 거둬들이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이익을 두고 노사 간 성과급 갈등과 주주 환원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이를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대통령실제공)
“AI 인프라는 공공재적 성격… 기술독점 이윤 분산해야”
김 실장은 지난 11일 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I 시대의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적인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배터리, 전력 장비 등 AI 공급망 전반을 보유한 점을 들어, 우리 경제가 기존 ‘순환형 수출 구조’에서 ‘기술독점적 경제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특히 AI 산업의 이익이 특정 기업이나 소수 계층에 집중되는 ‘K자형 격차’를 경계했다. 그는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하며, 이를 ‘국민배당금’이라 명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 속 ‘제3의 대안’ 부상
이번 제안은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이익 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나왔다. 현재 기업 이익의 향방을 두고 ‘노조의 성과 보상’과 ‘주주의 배당 권리’가 충돌하고 있으나, 김 실장은 ‘국민 전체의 지분’이라는 제3의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으로 ▲청년 창업 자산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계좌 등을 거론했다. 이는 단순한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기술 혁명에 따른 사회적 전환 비용을 완화하기 위한 ‘체제 유지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노르웨이 모델 시사… 사회적 합의가 관건
국가 차원의 장기 환원 모델로 김 실장은 노르웨이의 사례를 들었다. 노르웨이가 1990년대부터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로 적립해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구조를 설계했듯, 한국도 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이 실제 정책화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직접 논의된 바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재계 일각에서도 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실장은 “지금부터의 선택이 한국을 평범한 수출국으로 되돌릴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산업국가로 밀어 올릴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모델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