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절대 금기선(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며, 자칫 양국이 무력 충돌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시 주석은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고, 전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게 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시진핑, ‘충돌’ 언급하며 압박 수위 최고조
시 주석은 이날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 단호한 어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水火不容)”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미 양측의 최대 공약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측은 ‘표면적 부딪침’을 뜻하는 ‘팽당(碰撞)’과 ‘심층적 대결’을 의미하는 ‘충돌(衝突)’이라는 단어를 동시에 사용하여, 대만 문제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135분간의 ‘마라톤 회담’… 무기 판매가 최대 쟁점
이날 양국 정상의 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약 2시간 15분(135분) 동안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가졌던 회담보다 35분가량 길어진 것으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긴박한 논의를 방증한다.
현재 시 주석은 미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연기하거나 대폭 감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회담 직전 13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발표를 전격 연기한 것을 두고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극도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만이 중국의 영토임을 재확인한 바 있다.
‘4대 레드라인’ 공표로 美 압박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대만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 경로와 정치 시스템 ▲중국의 발전 권리를 이른바 ‘4대 레드라인’으로 공식 발표했다. 이 중 대만 문제를 가장 앞에 배치함으로써 향후 대미 외교의 최우선 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대만 문제는 항상 나오는 의제”라며 시 주석의 공세를 예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시 주석의 우려에 대해 “중국 측의 입장을 중시하며 임기 동안 양국 관계의 안정을 바란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이번 회담에서 쏟아진 시 주석의 강경 발언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확답을 내놓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전쟁이 주를 이뤘던 이전 회담과 달리, 이번 베이징 회담을 기점으로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의 향방을 가를 가장 위험한 변수로 전면에 부상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