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삼성전자의 총파업 예고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며 노사 양측을 향해 막판 타협을 강력히 압박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사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21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즉시 파업이 30일간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조정과 강제 중재 절차가 시작된다.
김 총리는 오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개되는 제2차 사후조정 회의를 언급하며, "내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전례 없는 강경 대응 시그널을 보낸 것은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수출의 22.8%, 전체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하는 경제의 핵심 축이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정지돼도 최대 1조 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하고, 라인 특성상 '잠시의 멈춤'이 '수개월의 마비'로 이어진다"며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점이라는 점을 짚었다. 김 총리는 "올해 2월 세계 최초 HBM4 양산 성공 등 이제 막 반도체 전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우리가 내부 갈등으로 멈춰 선다면 어렵게 확보한 전략적 우위를 경쟁국에 통째로 내어주게 되고, 한 번 잃어버린 주도권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 총리는 노사 양측을 향해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 대신 대화와 타협에 나설 것을 거듭 호소했다.
노조를 향해서는 "파업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고, 사측에는 "책임 있는 자세로 노조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상생의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성과는 노사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국민적 성원이 더해진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의 성과'임을 상기시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생 해법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국민 담화 발표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배석해 정부의 엄중한 인식과 확고한 대응 의지를 뒷받침했다.
정부의 강력한 압박 메시지가 나온 직후,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일단 대화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유화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담화문 발표 이후 "국무총리 담화문을 확인했으며, 삼성전자 노사 화합이 될 수 있도록 18일 사후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총리가 언급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13일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 성과급 갈등과 파업 사태에 대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공식 사과한 데 이어, 정부까지 총동원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면서 18일 열릴 '운명의 2차 사후조정'에서 극적인 타협점이 마련될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