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미디어 환경의 급변과 무리한 투자 후폭풍이 결국 사상 초유의 그룹 연쇄 법정관리 사태를 불렀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시작으로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줄줄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장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이 전면 중단되고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되는 등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중앙그룹제공)
15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JTBC를 비롯해 중앙홀딩스(지주사),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5개 주요 법인이 지난 14일과 15일에 걸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 사건은 정준영 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있는 회생2부에 배당됐다.
이번 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코스피 상장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주식 매매는 15일부터 즉각 정지됐으며, 거래 정지 상태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유지된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 본격화… 법인카드 '올스톱'·신용등급 '강등'
기업회생절차 돌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은 즉각적인 채권 회수와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중앙그룹 전체 임직원의 법인카드 사용을 일시 중단 조치했다.
향후 하나·신한카드 등 다른 금융사들 역시 법인카드 사용을 정지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 신청 기업에 대한 신용거래 제한은 채권 보호를 위한 통상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끌어내렸다. NICE신용평가는 JTBC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CCC'로, 중앙일보 장기 신용등급을 'BBB 부정적'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JTBC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부정적 검토)'로 강등하며 유동성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막대한 스포츠 중계권료가 '독' 됐나… 1,900억 원 무리한 투자가 도화선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난 12일 JTBC가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상환하지 못해 선언한 채무불이행이다. JTBC 측은 "디지털과 OTT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며 TV 방송 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된 여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독점 계약 등 무리한 콘텐츠 투자가 재무구조 악화의 직격탄이 됐다고 분석한다. 특히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인 '피닉스스포츠'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북중미 월드컵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약 1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900억 원)를 투입한 것이 유동성 경색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홍정도 부회장 "고뇌 어린 선택… 흔들림 없이 업무 임해달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15일 임직원들에게 직접 입장문을 내고 내부 결속 및 진화에 나섰다.
홍 부회장은 "자금 경색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했지만, 누적된 재무 부담과 자본시장 경색 장기화로 부득이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회생절차는 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영업을 계속하며 회사를 정상화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질적인 경쟁력과 미래 가치,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와 임직원 여러분의 일터를 지키기 위한 투명하고 질서 있는 과정"이라며 "모든 그룹 임직원 여러분께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업무와 고객 서비스에 흔들림 없이 임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JTBC는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무관하게 보도 및 대형 스포츠 중계 등 기존 방송 콘텐츠 제작과 방영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