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오는 8월 17일 열리는 전당대회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강하게 일축하며 '원팀'을 강조했지만, 검찰 보완수사권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계파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세 대결이 예상된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오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며칠간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제 자신과 정치 인생을 돌아봤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최근 제기된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 논란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부각하는 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정 대표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꿈꾸는 이재명 대통령은 저의 동지이자 전우"라며 "이러쿵저러쿵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저 정청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저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이자 한 몸 공동체"라며 "당대표직은 내려놓지만, 그 길이 비록 험난한 고난의 가시밭길일지라도 오직 민심과 당심만 보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의 사퇴 시점과 방식은 2년 전 이 대통령의 당대표 연임 도전 당시 전례를 정확히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이던 지난 2024년, 전당대회 55일 전이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 이틀 전인 6월 24일 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정 대표 역시 이날 회의에서 전준위 및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설치안을 당무위원회에 부의한 직후 사퇴를 선언했다. 역대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두 명뿐이다.
정 대표가 명청 갈등 진화에 나섰음에도 당내 전당대회 기류는 심상치 않다. 당장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두고 당정 간 엇박자가 확연하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 충분한 숙의를 요구하며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반면, 정 대표는 전날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시간 끌 이유 없다. 지금 당장"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러한 긴장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명(친이재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이 "집권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과 경쟁하는 정치가 아니라 대통령과 함께 성공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정 대표를 에둘러 비판하자, 친청(친정청래)계 문정복 최고위원이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호(號)의 선장이고, 민주당 호의 선장은 정 대표이시다"라고 맞받아치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내 일각의 거센 불출마 압박 속에서도 정 대표는 이미 표밭 다지기에 돌입한 상태다. 사퇴 선언에 앞서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전북과 전남을 훑은 데 이어 23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 당심 구애에 나섰다. 향후 당권 경쟁에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 등이 본격적으로 합류할 경우, 차기 지도부 입성을 향한 후보 간 경쟁과 지지층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