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짙은 우려를 표명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2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피해자 김모 씨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며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범죄 피해자들이 사건의 실체를 다시 확인할 기회는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김씨가 겪은 돌려차기 사건은 당초 단순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종결될 뻔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 목적의 범행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진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이모 씨는 귀가하던 김씨를 무차별 폭행했고, 경찰은 이씨를 중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벌인 끝에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를 검출하는 등 결정적인 추가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공소사실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변경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성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이씨의 형량을 징역 20년으로 대폭 늘렸다.
이후 법원은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을 인정하며 김씨가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직접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절감한 김씨는 자신의 사건을 "수사관의 의지와 집념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똑같은 청바지를 두고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고, 누군가는 집념으로 진실을 밝혀냈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다면 더 빨리 피해를 회복하고 생명의 위협도 덜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수사 경찰관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 써줄 수는 없었느냐고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서 정작 당사자인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검찰개혁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피해자 권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고 그 피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최근 논의는 구속기간 단축이나 조건부 석방 등 가해자의 권리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씨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 장치 마련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기능 자체를 없애는 방식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기관의 기능을 없애는 것은 시스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새로운 제도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