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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파’가 만든 ‘향기로운 음률의 파동’,그리고 시작된 선한 ‘공진’의 여정 - -군산여고 동문 합창단 ‘향파 코러스’가 만든 ‘음표 모으기’이야기
  • 기사등록 2023-12-18 11:21:47
  • 기사수정 2024-06-05 17: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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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견고한 이성도 애절한 노래 한 곡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이성이 현란하려 하지 않기에 숭고하다면

감성은 숭고해지려 하지 않기에 치명적이다.”

 

감성의 세계에서도 특히 음악은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삶의 여정 속에서 펼쳐지는 모든 희노애락의 감정을 소리와 리듬으로 3분 안에 표현해내며 사람들의 감정을 가장 짧은 시간에 하나로 묶어 버리고 또한 삶의 이해와 모순적 세상에 대한 화해를 선물한다.

 

그중에서도 합창은 여러 사람이 모여 조직적으로 때로는 편하게 노래를 불러 같은 감정 상태에 머무르며 무의식중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지인이 불쑥 내민 아마추어 합창단 공연 티켓,

합창에 대한 선행지식과 안목은 일천하지만 오랜만에 공연 관람에 대한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 속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합창!

자주 접하는 익숙한 단어, 익숙함이 가져온 ‘합창이 무엇인지 안다’는 착각!

우리는 어쩌면 그런 착각 또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최소한 나는 그날 그렇게 나의 편견을 목도하게 되었다.

 

합창을 아시나요? 우리 같이 노래해요!

 

드레스를 곱게 입고 등장하는 낯익은 얼굴들에서 흐르는 긴장감이 객석까지 흘러 들어오며 관람객들의 숨소리가 낮게 가라앉을 때쯤, 지휘자의 손끝이 긴장과 침묵의 어색함을 툭 건드리자 음표들이 날개가 되어 공간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발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오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아직은 긴장이 덜 풀린 듯한 숨 고르기 끝에 윤학준 작곡 이병기 시 ‘별’이라는 곡으로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우리 같이 노래해요”라고 말을 걸으며 음악으로의 초대를 시작했다.

 

2번째 ‘동심초’(오병희 편곡) 곡이 끝날 무렵에는 뭔지 모를 느낌에 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인지라 노래에 대한 공감은 더디게 다가왔지만 노래 한 곡 한 곡에 듬뿍 배인 ‘진지함’ 만큼은 선명하게 가슴에 와닿고 있었다.

 

터질 듯 한 블랙 슈츠, 어긋나는 율동이 빚어낸 다시 없을 ‘사랑스러움’

 

밝았던 조명은 객석의 박수와 함께 줄어들며 다음 무대에 대한 호기심이 침묵으로 흐르던중 작은 발소리와 함께 노란 우산을 들은 블랙스완들이 왼쪽 가슴에 붉은 장미를 달고 줄지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하며 순간 온몸의 시신경이 일시에 깨어나 다음에 펼쳐질 공연의 기대감이 순식간에 객석 전체로 퍼져 나갔다.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너무도 유명한 음악과 함께 율동이 곁들인 합창이 시작되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고 탄성은 리듬에 맞춘 관객들의 흥겨운 박수와 밝은 웃음으로 금세 바뀌었다. 

 

세월 속에서 얻은 볼록한 뱃살을 가리기 위해 셔츠의 단추는 안간힘을 쓰고 있고 틀리지 않으려는 긴장감 때문인지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으로 조금씩 어긋나는 율동, 그런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곁눈질로 챙겨주는 진지한 눈빛의 교감.

 

가장 솔직함이 가장 감동적인 것이라 했던가!

말이 멎어 미소로 번지며 느낌만 남아 버리는 흔치 않은 경험.

 

뱃살을 지키느라 안간힘을 쓰는 ’단추‘는 꿈 많던 소녀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자기를 닮은 소녀의 엄마가 되어 가족을 지켜내느라 힘겹게 버텨낸 그녀들 ’열정‘의 다름 이였고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몸동작은 뜻대로 되지 않았던 삶의 여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삶을 춤추어낸 너무나 이쁜 그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 순간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풍요로웠고 그들의 생은 풍성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 그들은 노래하는 몸짓으로 “지금 나는 여기에 존재 하고 있고 이것이 나에 인생입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합창’ 그 시작의 이유 ‘감동’ 그리고 ‘향파 코러스’ 탄생

 

2016년 군산여고 100주년 사업의 상징으로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100인의 합창단'이 창단된다. 그리고 합창단은 3월 31일 오후 7시 군산 예술의 전당에서 군산시립교향악단과 <푸른 열매>, <남촌>, <강 건너 봄이 오듯> 등의 곡으로 협연을 펼치며 세상에 나왔다. 

 



“의미도 컸으며 굉장한 울림이 있었죠. 모교 강당에서 공연은 세계각국에서온 동문들까지 2500여 명이 참석했고 시립교향악단과 협연에서는 동문회장님이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너무 힘들었던 과정에서 서로의 노력과 희생의 시간이 모두에게 감동과 가치를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이 ‘우리 이대로는 못 헤어지겠다’,‘여기서 그만 둘수는 없다’며 워낙 강하게 계속하자는 요청으로 2년 반 동안 매주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향파 코러스’는 2019년 6월 14일 오후 7시 30분 군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군산시민과 함께하는 군산 여고 동문합창단 창단 연주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감동’이란 비물질적 가치를 현실화 시켜낸 ‘부단한 마음 씀’의 힘든 과정

 

“3년 동안 매주 모여서 2시간 이상 연습을 했어요. 공연이 있을 때는 주 4일~5일 씩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라고 정미란(전 군산여고 총동창회장) 단원은 말하고 있다.

 

합창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개성을 하나의 화음으로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난한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닌 수 십명이 몸과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오랫동안 유지해 내야 이뤄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특히 일반인, 가정주부들이 매주 연습에 참석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꾸준한 구성원들의 참석은 사실 시작에 불과하다.

다수가 모여 어떤 일을 추구한다는 것의 이면은 수십 개의 관점이 모이는 것이고 수십 개의 갈등이 동반 되는 것이다.

 

리더의 관점은 하나 이지만 구성원의 관점은 수십 개다.

그래서 수십여 개의 사연과 감정 그리고 관점을 경청하고 조율하는 것은 리더의 고독한 숙명이며 결코 녹록지 않다.

 

속된 말로 잘한 것은 표도 안 나고 못 하면 욕만 먹게 된다.

 

“열성적인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에너지를 가지고 동문회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힘든 역할을 6년 넘게 안정적으로 묵묵히 해준 후배들 그리고 합창단이라면 아끼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동문 선후배님들이 계셔서 우리 모두 힘들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노래라는 매개체로 합창을 하며 힘들었던 삶의 과정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고 힐링하고 서로서로 손을 잡고 부단한 마음 씀을 통해 서로에게 울림을 주고 그리고 그들의 이웃과 동료들 그리고 지역에 전이시키고 싶어 했다.

 

궁극의 가치 ‘재미와 감동’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이유는 다수의 행복이 유지되기 위한 중요 가치이기 때문이다. 즉, 정의는 행복을 위한 수단적 가치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어떤 사상과 가치도 다수의 보편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이지 궁극적 가치가 아닌 것이다.

 

사실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는 '재미와 감동'이다.

인간은 재미와 감동을 얻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게 돼기 때문이다.

 

단 그 '재미'가 나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것이 되면 '탐닉'이 되버리고 감동은 없어진다.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이다.

 

더불어 같이 느끼는 재미는 선한 공진을 만든다.

선한 공진은 '울림'으로 전이되어 감동을 만든다.

이렇듯 어떤 이념과 사상도 재미와 감동을 넘어서지 못한다.

 

내가 처한 위치에서 내 가족,내 주변인,직장 동료 나아가서 고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궁극적 가치이다.

 

진정한 '즐거움'은 이 두 개의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느껴지는 감정이고 참 아름다운 말이다.

 

특히 집단의 즐거움은 쉽게 도달되는 것이 아니다.

 

표준어가 담아낼 수 없는 사투리의 감성이 풍부한 매력이 있듯이 프로 합창단이 아닌 아마추어 합창단이 가지는 매력이 있었다.

 

‘향파 코러스’ 그들만의 ‘뜨거운 진지함’ 그리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공감은 순수한 ‘날 것’으로 진하게 전달 되었다. 

 

그저 좋아서 하기 시작한 일이 울림을 만든 것, 흔치 않은 일이며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야될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힘들다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수했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면 그들의 생의 온도는 아직 '18도'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재미와 감동’의 가치를 ‘그저 좋아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세상에 공진시키려 하는 당신들의 노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취재본부=허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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