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관광 제주가 추락하고 있다. 올해 여름휴가 만족도 조사에서 중위권인 7위로 내려 앉은 데 이어, 처음 측정된 가심비에서 16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가심비가 여행 의사결정의 전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9월 2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연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올해 여름휴가(6월~8월) 목적의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 1만7077명에게 주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여행지로서 그 지역의 가심비가 어땠는지 묻고 그 결과를 16개광역 시도(세종시 제외)별로 비교했다.

■ 광역도보다 광역시 지역이 가심비 낮아
광역시도별 여행경험자가 평가한 가심비는 광주(64.4%, 1위), 전북(60.9%, 2위), 전남(59.6%, 3위) 순으로 호남지역 3개 시도가 최상위권을 독식했다. 그 뒤를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 도 지역이 차지했고,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울산 등의 대도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제주도는 42.9%라는 가장 낮은 평가로 16개 시도 중 최하위가 됐다.
가심비는 ‘지출 비용에 합당한 심리적 만족’이 있는가를 따지는 개념이다. 본래는 점심값과 비슷한 커피 가격의 지불을 합리화하려는 소비현상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높은 물가와 소득 감소에 따라 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비용과 투입에 맞는 만족도가 있는지’를 따지는 개념이 됐다.
경기 침체로 식비마저 줄이는 여행의 초긴축 성향이 심화되면서 여행 소비자는 지출에 대해 훨씬 더 신중하고 계산적인 성향이 됐다. 최근 가심비는 꼭 필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지출’을 의미한다. 금액과 관계없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 가심비 결정 최대 변수는 여행비
국내여행에서 가심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해외여행과 달리 여행비용으로 보인다. 1일 평균 비용이 가장 작은 광주(6.3만원)가 1위, 가장 큰 제주(13.4만원)가 최하위인 16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산, 서울, 인천(각각 비용 15위, 14위, 13위)과 같은 고비용 대도시들이 모두 하위권(각각 11위, 13위, 15위)에 몰린 것도 그 이유다. 이에 더해 호남 3시도가 상위권을 독식한 것은 먹거리 평가에 힘입은 바 크다.
제주 여행비는 전국 평균(8.8만원)의 1.5배, 가장 적게 드는 광주의 2배가 넘고, 일정도 평균 4.1일로 전국평균(2.9일)의 1.4배에 달한다. 이를 보면 제주도의 고비용은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문제는 비용 자체가 아니라 ‘합당한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받아들여 지는지’ 여부다. 종합만족도를 구성하는 여행 콘텐츠와 인프라에 대한 10개 평가항목 중 제주도는 거의 전 항목에서 중위권 이상의 평가를 받았으나, 단 하나 물가∙상도의에서 16위로 최하위였다.
제주도의 낮은 가심비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다. 전체 여행 과정에서 계속 부진한 결과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여행 종합만족도’와 ‘추천의향’, ‘재방문 의향’ 등 모든 지표에서 2022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