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트럼프 행정부 “대규모 공무원 해고 검토”…경제·정치적 파장 확대
미국 의회가 새 회계연도(2026년)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현지시간 1일 0시 1분부터 연방정부가 공식적으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돌입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7년 만이다. 이에 따라 필수 인력을 제외한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정부 서비스 전반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셧다운의 중심에는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저소득층 의료보험 지원 예산을 반드시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이를 ‘좌파적 정책’이라며 거부했다. 지난달 30일 상원에서 공화·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임시예산안은 모두 부결되며 결국 합의는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직전까지 민주당을 조롱하는 가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여론전을 벌였다.특히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를 통해 불필요한 민주당 정책들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역시 각 부처에 인력 감축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비필수 공무원’의 영구 해고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셧다운으로 인해 노동부는 고용지표 발표를 중단하고, 국립보건원(NIH)은 신규 환자 접수와 연구 심사를 멈추게 된다. 교육부 민권국은 학교 내 차별 조사 활동을 중단하며, 일부 연방 공공서비스는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간다. 다만 항공보안국(TSA)과 관제사 등 일부 인력은 무급으로 근무를 이어가야 해, 공항 운영 차질이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와 달리 더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CNBC는 “과거 셧다운은 단기적 정치 파동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연방 공무원의 영구 해고 가능성이 고용시장에 구조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의회예산국(CBO)은 하루 4억 달러(약 54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다.
정치권은 셧다운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국민의 건강보험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주택도시개발부 홈페이지에 “급진 좌파가 셧다운을 초래했다”는 문구를 띄우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예산 협상에서 양보했다가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산 전례가 있어 이번에는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셧다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1981년 이후 총 15차례 셧다운이 있었으며, 가장 긴 기록은 2018~2019년 트럼프 1기 당시 35일간이었다.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금융시장은 당장은 큰 충격을 피했지만, 셧다운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불확실성이 증폭돼 경기와 고용에 심각한 파장을 남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