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선택적 분노”라는 비판이 거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과 김건희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 때는 침묵하던 검찰이, 정작 현 정부의 결정에만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스스로의 ‘정치화’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여권 “윤석열 땐 침묵, 이재명 땐 격앙…검찰의 정치적 선택성 드러나”
정부·여당은 검사들의 반발을 ‘친윤(親尹) 검사들의 항명’으로 규정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1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 때는 즉시항고도 하지 않고 침묵하던 이들이, 왜 이번엔 들고일어나느냐”며 “그땐 윤 전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 그랬던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윤석열 정권 시절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품가방 의혹엔 면죄부를 준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염치없이 집단저항하고 있다”며 “검찰 개혁의 칼날을 피하려는 정치적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역시 “윤석열 구속취소에 침묵했던 비겁한 검사들이 갑자기 정의감에 눈을 떴다”며 “검찰의 조작 기소와 항명은 국정조사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윤석열·김건희엔 침묵, 대장동엔 항명”…검찰 일관성 도마 위에
문제의 출발은 검찰 지휘부가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중형이 선고된 대장동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비롯됐다.
수사·공판팀은 이를 “부당한 지시”라며 내부망에 공개 반발문을 올렸고, 일선 검사들까지 동조하면서 사실상 검찰 내부의 ‘항명 사태’로 번졌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방향을 달리했다.“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나 “김건희 여사 무혐의 결정” 때는 검찰 조직이 한마디 비판조차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5년 3월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기간 산정 오류’ 판단으로 석방됐다.당시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했지만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은 없었다.
일부 검사들이 개인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금처럼 전국 단위의 집단행동은 없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2024년 7월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 속에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식 조사했고, 이듬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이례적 수사 과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공식적인 항명이나 반발은 없었다.
이 때문에 여권은 “검찰이 권력의 향배에 따라 정의를 선택적으로 외친다”고 꼬집는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김건희 관련 사건 때는 침묵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에서만 들끓는 것은 검찰이 아직도 정치적 충성의 잣대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검찰 “사안 다르다”…“항소 포기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
검찰 내부에서는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한 형사부 검사는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당시에는 법리상 이견이 있었고, 즉시항고 여부는 법무부와 대검의 협의 사안이었다”며 “항소 포기는 사건 자체의 존속과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김건희 사건은 수사기록을 보지 않은 사람은 결론을 평가할 수 없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는 검찰의 기본 임무인 공소유지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내로남불”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SNS에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때도 이런 정도의 정의감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뒤늦은 분노가 아쉽다”고 적었다.
■ “검찰, 정의 외치기 전에 스스로 돌아봐야”
이번 논란은 검찰이 여전히 정치적 균형을 잃은 조직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김건희 때는 침묵, 이재명 때는 분노’라는 도식은 국민에게 이중적 기준으로 비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법과 원칙을 내세우려면, 과거 자신들의 선택도 함께 성찰해야 한다”며 “권력의 성향에 따라 정의의 무게를 달리하는 조직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