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하기로 하고 이를 일본 정부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 행사 가능’ 발언 이후 연일 보복성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 수산물 수입 중단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중일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18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왼쪽)이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 국장과 면담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청사를 빠져 나가는 장면. 중국 관영 매체의 SNS 계정 위위안탄톈이 공개했다.

(사진설명=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왼쪽)이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 국장과 면담 종료후 모습/중국 위위안탄톈 SNS 계정 공개)
19일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가 이날 오전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5일 홋카이도산 냉동 가리비 6t을 들여오며 약 2년 만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했지만 보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수입 금지 조처로 되돌아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유로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23년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양국 정부가 오염수 방사능 측정 과정에 중국 측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협상하며 일부 수입 재개에 합의했으나, 이번 조치로 다시 전면 금지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
일본의 대중 수산물 수출 재개가 이루어진 직후인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촉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즉각 외교적·문화적 보복에 나서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를 발동하고 일본 영화의 중국 내 상영을 무기한 연기하는 ‘한일령(限日令)’에 준하는 제재를 취한 데 이어, 수산물 수입 중단조차 재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도 일본 압박에 나섰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1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안보리 개혁 토론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며 “일본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중국 내정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간 4대 정치문건을 위반한 위험한 발언”이라며 “일본이 표방해온 평화적 발전 노선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일본 대표부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하며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관되게 평화를 추구해 왔다”고 주장했으나, 중국 측은 이를 “황당무계한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중일 양국은 외교 채널에서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중국 외교부 류진쑹 아주사 사장 간의 베이징 정례 협의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