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수사 기한 등을 고려해 영장 재청구 없이 추 의원을 불구속기소 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4시 50분쯤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 "방어권 보장 필요…도주·증거인멸 우려 적어"
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 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증거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추 의원은 즉시 석방됐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하며 소속 의원들의 국회 표결 참여를 막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하며 계엄에 동조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국민이 다 본 사건…또다시 이런 일 생길까 두려워"
특검팀은 법원의 결정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법원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너무나도 아쉽고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국민 모두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면 누구를 구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너무나 명백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에게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동일한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마저 들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무장 군인들이 국회를 짓밟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 등과 통화한 후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검은 영장 재청구 대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박 특검보는 "소명 부족은 없었으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충분히 수집됐다"며 "추가 수사 없이 신속히 공소를 제기해 법정에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의원에 대해선 공범으로 기소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며 추 의원 단독 기소 방침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내란 정당' 오명 벗나…해산심판 위기 모면
이번 기각 결정으로 국민의힘은 최악의 위기는 피하게 됐다. 야권은 그동안 추 의원의 표결 방해 의혹 등을 근거로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하며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해왔다.
그러나 법원이 추 의원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야권의 공세 동력은 다소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계엄 선포 1년 만에 닥친 '내란 정당'의 오명과 정당 해산 위기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