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쿠팡에서 발생한 3천만 건 이상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이용자들의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러 법무법인이 경쟁적으로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가운데, 수천 명의 이용자가 동참 의사를 밝히며 법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내 정보도 샜다"…줄 잇는 소송 참여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수의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가 쿠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리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법무법인 청은 지난 1일 이용자 14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1인당 2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소장 제출 이후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이용자가 8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른 법무법인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법무법인 지향은 이미 2,500명의 위임계약을 완료했으며, 이르면 5일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별도로 이용자 30여 명을 대리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도 신청했다.
법률사무소 번화는 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1인당 1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전날 기준 위임 계약자가 3천여 명에 달하며, 소속 변호사들이 직접 원고로 참여한다. 로피드 법률사무소 역시 2,400여 명의 참여 의사를 확인했으며, 최대 50만 원의 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법률사무소 호인은 오는 24일 소장 제출을 예고했다.
'10만 원 판례' 깨질까…배상액 규모 관심
관건은 배상액 규모다.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법원은 통상 1인당 10만 원 선의 배상 판결을 내려왔다.
2014년 카드 3사 정보 유출 사태 당시 피해자들은 20만~70만 원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재산상 피해 미확인 등을 이유로 최대 1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 2016년 인터파크, 2024년 모두투어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2014년 KT 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회사가 법령상 보호 조치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쿠팡 사태는 유출 규모가 역대급인 데다 유출된 정보의 민감도가 높아 배상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곽준호 변호사는 "단순 인적 사항이 아닌 공동 현관 비밀번호, 구매 이력 등 유출 범위가 넓어 청구액을 높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병국 변호사(번화)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1인당 20만~25만 원 정도의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배상 판결 효력은 소송에 참여한 이용자에게만 미친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는 구제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