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추진 중인 ‘내란범죄 전담 재판부 설치법(내란전담재판부법)’과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의 당론 채택을 잠정 보류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위헌성 논란을 해소하고 법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사법개혁 법안들을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전문가 자문과 각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의총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에는 대다수 의원이 공감했으나 세부 각론과 위헌 가능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이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내용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빌미 줄 필요 있나"… 쏟아진 신중론
핵심 쟁점은 '위헌 시비' 가능성이다. 의총에서는 법무부 장관 등이 재판부 추천위원 구성에 관여하는 조항이나 특정 사건만을 위한 특별 재판부 설치가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의총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약 20여 명의 의원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변인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다"면서도 "일부 위헌성 논란과 관련해 '상대에게 굳이 공격의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 '논란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섣부른 입법이 자칫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으로 이어져 실제 내란 관련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정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내 일각에서는 "위헌 심판에 들어가면 윤석열 정부에 꽃놀이패를 쥐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논의된 '법왜곡죄'에 대해서도 "현행 판례로도 처벌이 가능한데 굳이 법을 신설해 논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신중론이 제기되어 추가 숙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연내 처리 목표는 유지… '투트랙' 전략 가동
결론은 유보됐지만, 민주당은 '12월 내 법안 처리'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위헌성 시비를 없애는 보완 작업을 거쳐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민주당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법리적 검토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추미애 의원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병행 추진하여, 설사 내란전담재판부법이 위헌 제청되더라도 형사재판이 정지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헌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판이 중단되지 않기에 내란전담재판부법 처리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고 의원들의 논의를 숙성시킨 뒤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의총에서는 김남국 전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신상 발언을 통해 의원들에게 사과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김병기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