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인공지능(AI) 인프라 규제 우려가 확산하면서 5일 국내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장중 5%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됐다. 양 시장에서 나란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7분 31초를 기해 코스닥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닥150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2.60포인트(6.07%) 급락한 1123.40, 코스닥150 현물 지수는 64.40포인트(5.43%) 하락한 1120.28을 기록했다.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닥150 선물 가격이 6% 이상, 코스닥150 지수가 3%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며,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사이드카 발동 직후 코스닥 지수는 678~679선까지 밀려나며 5% 넘는 낙폭을 나타냈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도 오전 10시 16분 19초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5% 넘게 급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먼저 발동됐다. 지난달 30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2% 하락한 5580.09로 출발했으나 낙폭을 키워 5377~5386선까지 밀렸고,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54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번 폭락장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지목된다.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특히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텍사스와 조지아 등 주요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망·환경 규제 강화와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 둔화 우려가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수혜주로 꼽히던 반도체 종목들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7~9%대, 삼성전자가 6~7%대 급락세를 보였으며, 삼성전기(-11.12%)와 SK스퀘어(-7.56%) 등 그룹 내 IT·반도체 밸류체인 종목들도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심텍(-15.12%), 이오테크닉스(-13.35%), 주성엔지니어링(-9.93%) 등 반도체 및 장비주 전반이 두 자릿수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 47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 7527억 원, 3492억 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반도체 업종의 급락 속에서도 업종별 차별화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셀트리온(7.25%), 삼성바이오로직스(2.21%) 등 바이오주와 KB금융(4.55%), 현대차(4.06%) 등은 상승세를 나타내며 하락장 속에서 선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