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2019년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에 연루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1심에서 줄줄이 벌금형이 선고됐다.
사건 발생 6년 7개월 만의 선고지만, 대부분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는 수준의 처벌에 그쳐 “국회 폭력에 대한 책임이 사실상 부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의원 및 관계자 27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벌금 2400만 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벌금 1900만 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벌금 115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벌금 1150만 원), 이만희 의원(850만 원), 윤한홍 의원(750만 원) 등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록 벌금액은 적지 않지만,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피선거권 박탈이 가능하고,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이 상실된다.
나 의원의 경우도 국회법 위반 혐의에서는 400만 원만 선고돼 의원직 유지가 가능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비판과 함께, 6년 동안 지지부진한 재판 진행 자체가 ‘정치인 사건의 특혜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지를 두고 벌어진 여야 충돌에서 비롯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국회 의안과 사무실 점거,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실 봉쇄,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6시간 동안 사실상 감금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나경원 의원이 이른바 ‘빠루’(쇠지렛대)를 잡고 등장한 장면은 국회의 난맥상을象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나 의원은 “문을 부수려는 민주당 관계자를 제지하려고 집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여론은 “국회 폭력의 상징”으로 기록했다.
재판부 역시 “숙의의 장인 국회에서 민주적 입법 활동을 방해했다”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태도는 달랐다.나 의원은 최후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범죄가 아니다”며 “저희 행위는 일상의 통상적 정치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국회 폭력의 당사자들이 책임보다 정당화를 우선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만든 세력이 스스로 파기한 사건”이라는 지적과 함께, “폭력적 정치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편 당일 재판과 별개로,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 10명의 결심공판도 오는 2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