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경찰이 ‘12·3 내란사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 삭제된 정황을 수사 중인 가운데,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대선 하루 뒤 재소환해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지난 4일 김 전 차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김 전 차장은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사안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6일, 12·3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으로 로그아웃되며 삭제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조치는 ‘보안 조치’라는 명목으로 이뤄졌으나, 실질적으로는 중요한 통신기록이 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삭제가 이루어진 당일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당일 “방첩사령부와 협업해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날이기도 하다. 다음날인 7일에도 일부 군 장성들의 비화폰 정보 삭제 시도가 있었으나 실무자들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경찰 조사에서 “삭제 지시와 무관하다”며 관련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당시 경호처 책임자는 박종준 전 처장이며, 비화폰 삭제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6일에는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도 없다”고 밝혔으나, 7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통화를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비화폰 정보 삭제 직전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경호처와 통화한 정황도 확보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조 원장이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면서, 사전 협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전 처장을 조만간 재소환해 당시 상황과 지시 체계, 삭제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비화폰 증거인멸 의혹의 핵심 인물로 박 전 처장이 본격 수사 선상에 오른 셈이다.